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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 적는 풍경들
최근 ‘주사이모’로 불리는 불법 시술 논란은 단순한 무면허 의료 문제를 넘어, 한국 성형·미용 의료 시장의 구조적 문제와 사회적 시선의 불균형을 동시에 드러냈다. 먼저 성형 수술과 미용 시술의 가격은 지나치게 높게 형성돼 있다. 보도에 따르면, 비용의 상당 부분은 의료 행위 자체가 아니라 브로커·중개 수수료, 광고비, 병원 브랜드 경쟁에서 발생한다. 일부 사례에서는 환자가 낸 수술비의 절반 가까이가 브로커 몫으로 돌아간다고 지적된다. 결국 성형 수술비는 단순 의료비가 아니라 유통 구조가 만들어낸 가격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이러한 고비용 구조는 단순 미용 목적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기능적 치료가 필요한 경우에도, 예를 들어 비염 등 이비인후과 코 수술조차 ‘성형’과 결합되면서 수십만 원에서 수백만 원대 비..
한때는 소소한 일상을 엿보는 재미로 보던 프로그램이었다.혼자 사는 사람들의 집, 하루 루틴, 작은 취향들.완벽하지 않은 삶을 그대로 보여주는 느낌이 있었고,그래서 공감할 수 있었다.하지만 지금의 나 혼자 산다를 보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이 프로그램은 과연 아직도 현실을 보여주고 있을까.결혼은 선택이다. 하지 않아도 된다. 이 말 자체는 맞다.문제는 방송이 그 선택을 중립적으로 다루지 않는다는 점이다.비혼은 늘 여유롭고 자유롭고 세련된 삶으로 그려진다.반대로 결혼이나 가족, 아이가 있는 삶은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결혼을 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메시지를 넘어결혼을 하지 않는 삶이 더 나은 삶처럼 소비되는 구조.이쯤 되면 개인의 선택을 존중하는 수준을 넘어특정 삶의 형태를 이상적인 모델로 제시하고 있는 셈이..
산책길에서 마주치는 강아지들을 보다 보면, 이제 반려견은 더 이상 ‘집에서 키우는 동물’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가족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그만큼 책임도 함께 따라온다는 사실은 종종 잊히곤 하죠.최근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정이 늘어나면서 유기견 문제와 동물 학대에 대한 이야기도 자주 들려옵니다. 마음 아픈 소식들을 접할 때마다 “조금만 더 제도가 잘 갖춰졌다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그 해답 중 하나가 바로 반려견 등록 제도입니다.반려견을 등록하면 소유자가 명확해져 무책임한 유기를 줄일 수 있고, 혹시라도 반려견이 길을 잃었을 때 빠르게 보호자에게 돌아갈 수 있습니다. 단순한 행정 절차 같아 보여도, 사실은 반려견의 안전을 지키는 최소한의 장치라고 생각해요.또 하나 놓치기 쉬운 장점은 관..
2026년 부동산 정책을 바라보면한 문장으로 정리된다.“시장은 관리하지만, 핵심은 건드리지 않는다.”겉으로는 늘 같은 말이다.투기 억제, 실수요 보호, 거래 질서 확립.명분은 그럴듯하고, 문장은 정교하다.그런데 결과를 보면묘하게 한 방향으로만 흐른다.규제는 늘어났는데불안해진 사람은 누구일까.다주택자, 갭투자자, 지방 투자자.대출은 막히고세금은 무거워지고출구는 점점 불확실해진다.반면에서울 핵심지에 한 채,이미 오래 보유했고대출도 거의 없는 사람들.정책이 바뀌어도생활은 그대로다.자산은 크게 흔들리지 않는다.정책을 만드는 사람들의 공통점은생각보다 단순하다.국회의원, 고위 공무원,고소득 전문직, 유명인들.그들의 자산 구조는놀라울 만큼 닮아 있다.서울의 노른자 땅.장기 보유.높은 현금 비중.갈아탈 필요 없는 구조..
남산 케이블카는 늘 거기 있었다.서울이 바뀌는 동안에도, 우리는 한 번도 그 존재를 의심하지 않았다.그래서 질문이 사라졌다.언제 시작됐는지,누가 운영하는지,왜 늘 같은 방식인지.사실 남산 케이블카는 1960년대 허가 이후한 번도 주인이 바뀌지 않았다.허가는 갱신됐지만, 질문은 없었다.“그동안 잘했으니까.”“괜히 흔들 필요 없으니까.”그 말들이 쌓여허가는 관행이 되었고,관행은 권리처럼 굳어졌다.남산은 모두의 공간이지만그 위를 오가는 케이블카의 수익은늘 같은 곳으로 흘러간다.이쯤 되면 헷갈린다.이건 민간 사업일까,아니면 공공시설일까.설악산은 더 조심스러운 이름이다.편리함이라는 말은 언제나 매력적이지만,자연은 한 번 밀리면 돌아오지 않는다.공공자산 독점은어느 날 갑자기 생기지 않는다.잠시 빌린 허가가익숙함을 ..
원죄를 규명하는 일은 분명 중요하다.하지만 그 과정에서 인간의 억울함과 감정의 균열을 끝내 외면해 버릴 때, 정의는 오히려 더 큰 비극을 낳는다.이노센스: 원죄의 변호사는 바로 그 지점을 집요하게 보여준다.문제의 변호사는 법적으로는 치밀하다.그러나 그는 끝내 당사자의 “왜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는가”라는 질문에는 다가가지 않는다. 절차는 완벽하지만 맥락은 비어 있고, 논리는 단단하지만 인간은 빠져 있다.그래서 보는 사람은 답답해질 수밖에 없다.설명되지 못한 억울함은 사라지지 않고, 결국 다른 형태의 폭력으로 되돌아오기 때문이다.만약 누군가 원죄 속에 묻힌 억울함을 제대로 들여다봤다면그 인물은 연쇄살인마가 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이건 단순한 가정이 아니라, 작품이 던지는 가장 잔인한 질문이다.“법이 죄를 ..
지방대 위기는 ‘학생이 없어지는 구조적 붕괴’에서 시작됐다지방대 위기를 말할 때,사람들은 쉽게 “경쟁력이 떨어졌다”, “교육의 질이 낮다”고 말한다.하지만 그 말은 정확하지도, 공정하지도 않다.지방대의 몰락은 교육 실패가 아니라 구조 붕괴다.그리고 그 붕괴는 이미 되돌리기 어려운 단계까지 와 있다.지방대의 가장 현실적인 문제는 정원 미달 → 재정 악화 → 교육 질 하락 → 학생 이탈등 학생이 없어지는 구조적 붕괴이다. 지방대의 몰락은 아주 단순한 경로를 따른다.이 악순환이 한 번 돌기 시작하면,개별 대학의 노력으로는 멈출 수 없다.지방대 재정의 핵심은 등록금 + 정부 지원이다.그런데 정원이 20~40%씩 미달되면 재정은 즉시 붕괴한다.교수 충원 불가실험·실습 수업 축소기자재 갱신 중단학과 유지 불가그러면..
UN타워 공공 공간 전략 제안 이야기도시는 늘 선택의 순간에 서 있다.더 빨리, 더 높이, 더 많이 짓는 길이 있고조금 느리더라도 의미를 남기는 길이 있다.대연동 산199와 홍곡산 일원은 지금 그 갈림길에 서 있다.이곳은 단순한 산지가 아니다.UN기념공원, 국립일제강제동원역사관, 대연문화회관이라는부산에서 가장 국제적이고, 가장 역사적인 공간들이우연히 마주 보고 서 있는 유일한 지점이다.하지만 이 핵심 입지는 지금,민간 고밀 개발이라는 아주 익숙한 선택지 앞에 놓여 있다.왜 ‘민간 개발’이 답이 될 수 없는가산199는 입지적으로 보면 매력적인 땅이다.그래서 더 위험하다.고층·다동 개발이 시작될 경우,UN기념공원의 상징성은 배경으로 밀려나고조망과 경관은 특정 소유의 것이 되며갈등과 민원은 구조적으로 반복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