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주택자에게는 “서울에서 3억대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있다”고 홍보한다. 듣기만 하면 파격적인 내 집 마련 기회다. 그런데 막상 들여다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집은 분양하지만 땅은 팔지 않는다. 입주자는 건물값으로 수억 원을 부담한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자산 중 하나인 토지 소유권은 공공이 계속 가지고 간다. 그리고 입주자는 그 땅을 사용하는 대가로 매월 토지임대료를 낸다.
쉽게 말하면 집을 샀는데 땅은 빌려 쓰는 구조다. 그런데 대출까지 만만치 않다. 분양가 3억4천만 원에 LTV 60%를 적용해도 방공제 등을 고려하면 단순 계산상 대출 상한은 약 1억4,900만 원. 결국 약 1억9,100만 원의 자기자본이 필요하다.
그 돈을 마련해 집을 분양받았는데도 토지는 내 것이 아니다. 여기에 5년 의무거주, 10년 전매제한까지 붙는다.
즉 입주자는 돈을 내고 건물의 권리를 얻고, 공공기관은 토지 소유권을 계속 유지하면서 장기적인 임대수익까지 확보하는 구조다.
물론 공공주택이므로 일정한 공익적 목적이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구조의 경제적 실체까지 아름답게 포장해서는 안 된다. 공공기관도 결국 토지와 주택을 활용해 사업을 하는 주택사업자다. 그렇다면 국민에게 솔직하게 설명해야 한다.
“서울에서 저렴하게 내 집을 마련하게 해드립니다”라고만 할 것이 아니라, “토지는 공공이 계속 가지고 있고, 당신은 건물만 소유하며 토지 사용료를 계속 내야 합니다.” 라고 정확하게 알려야 한다.
싸게 주는 것과 부자가 되게 하는 것은 다르다 공공주택 정책의 가장 큰 착각은 주거 안정과 자산 형성을 같은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3억4천만 원에 입주할 수 있다는 것은 분명 장점이다. 하지만 무주택자가 수년간 대출을 갚고 임대료까지 부담했을 때 얼마나 자신의 순자산이 남는지는 완전히 다른 문제다.
일반 아파트는 토지와 건물을 함께 소유한다. 집값이 오르면 토지가격 상승분도 소유자의 자산이 된다. 하지만 토지임대부는 다르다. 토지가격 상승의 상당 부분은 공공이 보유한다.
그렇다면 국민에게 필요한 것은 단순히 싸게 살 수 있는 집인가, 아니면 시간이 지날수록 내 자산이 되는 집인가? 이 질문에 답하지 않고 무조건 ‘서민을 위한 혁신적인 주택정책’이라고 홍보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결국 ‘공공 임대사업’ 아닌가 더 직설적으로 말하면 이런 의문이 생긴다. 주택공사와 도시개발공사가 토지를 팔지 않고 계속 보유하면서 주택을 공급하고, 토지 사용료까지 받는다면 이것은 사실상 거대한 공공 임대사업과 무엇이 다른가?
민간 임대사업자는 건물을 가지고 임대료를 받는다. 공공기관은 토지를 가지고 임대료를 받는다.
물론 목적과 법적 구조는 다르다. 그러나 자산을 계속 보유하면서 사용료를 받는 경제적 구조라는 측면에서는 비슷한 부분이 있다. 그렇다면 최소한 국민에게 물어봐야 한다.
공공기관이 토지 소유권을 끝까지 가져가는 것이 정말 무주택자의 자산 형성을 위한 최선인가? 아니면 공공이 토지를 계속 보유하고 임대료를 받는 새로운 형태의 주택사업 모델에 불과한 것인가? ‘내 집’이라는 이름에 속아서는 안 된다
무주택자에게 필요한 것은 단순히 주소지를 제공하는 정책이 아니다. 내가 돈을 내고, 대출을 갚고, 수십 년을 살아가면서 내 자산으로 축적할 수 있는 주택이어야 한다. 집은 내 것인데 땅은 공공의 것.
분양은 받았는데 토지임대료는 계속 내고. 내 돈은 상당히 들어가는데 전매에는 제한이 있고. 이런 구조를 무조건 내 집 마련의 꿈이라고 포장해서는 안 된다.
공공이 정말 무주택자를 위한다면 “얼마나 싸게 분양했느냐”보다 “입주자가 20~30년 뒤 얼마나 온전한 자산을 갖게 되느냐”를 보여줘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결국 국민에게 집을 파는 것이 아니라, 공공이 토지를 움켜쥔 채 국민에게 건물 사용권을 팔고 임대료까지 받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무주택자의 절박함을 이용해 ‘내 집 마련’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또 하나의 공공 부동산 사업이 되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