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연예인이 돈 쓰고 출연하는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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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연예인이 돈 쓰고 출연하는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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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예능을 보다 보면 웃음보다 먼저 구조가 보인다. 예전에는 제작진이 기획과 책임을 지고, 출연진은 출연료를 받으며 웃음과 서사를 제공했다. 역할은 분명했고, 예능은 ‘보는 사람’을 위한 장르였다.

지금은 다르다. 관찰 예능은 공감이 아니라 관리의 형식이 되었다. 출연자의 일상은 삶이 아니라 일정표로 다뤄지고, 하루를 어떻게 보내는지가 아니라 얼마나 효율적으로 소화했는지가 기준이 된다.

웃음은 상황에서 나오지 않고, 평가와 편집 속에서 만들어진다.

<니돈내산이나 독박투어 >같은 설정은 이 구조를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리얼함을 명분으로 출연자는 촬영을 하며 직접 비용을 부담한다.

제작비와 리스크는 출연진 쪽으로 이동하고, 그 부담 자체가 웃음 포인트가 된다. 일하고, 돈 쓰고, 그걸로 재미를 만들어야 하는 구조다.

제작진의 노출 방식도 달라졌다. 한때는 캐릭터였지만, 지금은 책임 회피에 가깝다. 제작진은 기획의 실패를 감수하지 않는 대신, 출연자의 일상과 실상을 화면 위에 올린다. 재미가 없으면 포맷이 아니라 출연자의 하루가 문제인 것처럼 보이게 된다.

이 과정에서 출연진은 예능인이 아니라 관리 대상이 된다. 일정 조율, 기획 보조, 현장 운영까지 떠맡지만 결정권은 없다. 웃기러 나온 사람은 일을 잘해야 하는 사람이 되고, 실수는 웃음이 아니라 평가로 돌아온다. 감정노동과 눈치는 서사가 된다.

<전지적 참견 시점>은 이 흐름의 전형이다. 매니저 시점이라는 장치는 사라지고, 남은 건 연예인의 업무 브이로그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지만, 한 시간 동안 누군가의 하루가 소비된다. 참견은 남아 있는데, 시점과 의미는 없다.

<내겐 너무 까칠한 매니저 비서진>은 더 노골적이다. 출연진은 비서와 매니저 역할을 수행하며, 실수는 즉각 평가된다. 웃으려고 틀었는데 회사의 풍경이 먼저 보이는 이유다.

그래서 요즘 예능은 가볍지 않다. 웃음이 줄어서가 아니다. 책임과 비용, 노동이 이동하는 장면을 반복해서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는 취향의 문제가 아니다. 예능이 ‘리얼’이라는 이름으로 어디까지 구조적 불균형을 정당화해도 되는가에 대한 질문이다. 그리고 그 질문은 아직 화면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웃기러 왔지만, 결국 일하고 돈 쓰는 사람이 예능이 되는 시대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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