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두르지 않아 더 좋았던 경주 당일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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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게 걷는길

서두르지 않아 더 좋았던 경주 당일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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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비나 눈 소식이 있던 날이었다. 그래서 기대보다는 걱정이 먼저였는데, 막상 도착해 보니 하늘이 생각보다 맑았다. 흐릴 거라 예상했던 하루가 이렇게 가볍게 시작될 줄은 몰랐다. 대릉원 주차장에 차를 세우며, 오늘은 날씨부터가 도와주는 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침 오픈 시간에 맞춰 움직인 덕분에 주변은 조용했다. 두낫에 들러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잠시 숨을 골랐다. 따뜻한 커피를 앞에 두고 부모님께 오늘 하루의 일정을 간단히 말씀드렸다. 황리단길을 천천히 걷고, 첨성대와 대릉원을 둘러본 뒤 상황을 봐서 동궁과 월지까지. 길게 설명하지 않아도 충분한 일정이었다.

 


커피를 마시고 나와 황리단길을 걷기 시작했다. 이른 시간이라 사람들은 많지 않았고, 가게 셔터가 하나둘 올라가는 풍경이 차분했다. 닭강정과 십원빵도 가볍게 맛봤다. 특별할 건 없었지만, 여행 중이라 그런지 괜히 더 기억에 남는 순간이었다.
 


이어서 첨성대와 대릉원. 넓은 잔디와 낮은 유적 사이를 걷다 보니 굳이 서두를 필요가 없었다. 설명을 듣지 않아도 충분한 풍경, 그냥 걷는 것만으로 마음이 정리되는 시간이었다.

 

 


점심은 원래 콩국을 생각했지만 주차와 오픈 시간이 맞지 않아 계획을 바꿨다. 대신 선택한 곳이 맷돌 순두부. 기다리지 않고 바로 식사가 가능했고, 얼큰한 순두부찌개는 부모님 입맛에도 잘 맞았다. 따뜻한 국물 덕분에 잠시 쉬어 가는 기분이었다

 

동궁과 월지에서는 생각보다 찬 바람이 불었다. 야경까지 오래 볼 수는 없었지만, 물 위에 비친 빛을 잠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하루를 정리하기엔 충분했다. 더 욕심내지 않고 이쯤에서 코스를 마무리했다.

 

많이 보지 않아도 괜찮았던 하루였다.

 

지금처럼 부모님이 걸어 다니실 수 있을 때 함께 다녀왔다는 사실만으로, 그 하루는 충분히 의미가 있었다.
그리고 이 시간을 함께해 주신 부모님께, 조용히 감사한 마음을 남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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