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엘브리지 콜비 미국 국방부 정책담당 차관이 취임 후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했다.
1월 25일부터 27일까지 진행된 이번 방한에서 그는 한국의 외교·안보 당국자들과 연쇄 회담을 가졌고,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문제 역시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평택 캠프 험프리스까지 직접 찾아 전작권 전환 준비 상황을 점검했다는 점에서, 이번 일정은 상징이 아니라 실무 확인에 가까웠다.
표면적으로 콜비는 한국이 국방비를 증액하고 재래식 방위 책임을 확대하고 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를 바탕으로 전작권 전환을 포함한 한미동맹 내 역할 분담 확대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이 메시지는 트럼프 대통령이라는 전제가 붙는 순간, 단순한 ‘전작권 진전’으로만 해석되기 어렵다.
트럼프의 동맹관은 일관되다.
동맹은 가치 공동체가 아니라 비용 구조이고, 미군 주둔은 안보 공약이 아니라 거래의 결과물이다.
이런 시각에서 전작권은 주권 존중의 상징이라기보다 미국의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카드다.
콜비 역시 가치 중심 동맹론자라기보다 미국 전략의 효율을 중시하는 인물이다.
한국이 전작권을 가져가면 미국은 중국 대응에 더 집중할 수 있고, 한반도 리스크는 한국이 더 많이 떠안게 된다.
전작권 전환이 곧 미군 철수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형식적으로는 연합 체제가 유지된다.
그러나 실질적으로는 미군 개입의 문턱이 높아지고, 유사시 미국이 자동으로 개입해야 할 정치적 명분은 약화된다.
트럼프식 접근이라면 이 구조를 협상 카드로 활용해 방위비 증액을 압박하거나 미군 역할 축소의 명분으로 삼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이번 논의의 타이밍 역시 묘하다.
새 미국 국방전략 발표 직후, 트럼프 체제 하에서 콜비가 방한했다는 점은 “한국은 이제 충분히 성장했으니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는 메시지를 부드럽게 포장한 압박으로 읽힌다.
한국 입장에서는 주권 회복의 기회로 볼 수 있지만, 트럼프식 시각에서는 미국 비용 절감과 전략 전환의 수단이라는 해석이 더 설득력을 가진다.
결국 전작권 전환은 지휘권의 이전이 아니라 책임의 이전이다.
한국은 형식적 주권과 군사적 자율성을 얻는 대신, 미군 개입의 즉각성과 억제력의 정치적 상징성, 위기 시 미국 개입의 자동성을 일부 잃을 수 있다.
그래서 이 문제는 군사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외교의 문제다.
이번 콜비 방한과 전작권 논의는 ‘주권 이양’이라기보다, 한미동맹의 비용과 책임을 한국 쪽으로 옮기는 과정에 가깝다.
트럼프 체제라는 변수는 그 속도를 빠르게 만들고, 계산을 한층 더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따라서 전작권 전환은 목표가 아니라 선택의 문제다.
한국은 지휘권을 넘겨받는 순간에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는지를 냉정하게 계산해야 한다.
동맹의 형식이 아니라 억제력의 실질을 지켜내는 것이 중요하다.
전작권이라는 이름 뒤에 가려진 책임의 무게를 제대로 인식할 때만, 이 전환은 주권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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