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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가 된 대통령, 직원이 된 국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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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의 정치 행보는 개별 정책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하나의 일관된 사고방식, 즉 국가를 공공 공동체가 아닌 개인이 운영하는 회사로 인식하는 관점에서 출발한다.

이 시선에서 대통령은 시민의 대표가 아니라 CEO가 되고, 국민은 권리의 주체가 아니라 성과를 요구받는 직원이 된다. 국부는 공공재가 아니라 경영 성과이며, 정치는 책임의 영역이 아니라 성과를 과시하는 무대가 된다.

이 구조에서 가장 먼저 배제되는 존재는 이민자다. 이민자는 사회의 구성원이 아니라 비용과 위험 요소로 분류된다. 무력 사용과 강제 추방은 인권 문제가 아니라 질서와 효율의 문제로 포장된다.

문제는 이러한 논리가 외부인에서 멈추지 않는다는 점이다. 비판자, 소수자, 비효율적이라고 규정된 집단 역시 언제든 같은 기준 아래 놓일 수 있다.

국제 관계도 같은 방식으로 해석된다.

트럼프에게 무역은 협력의 체계가 아니라 개인 거래의 장부다. 다른 나라가 미국 시장에서 이익을 얻으면, 그것은 상호 의존의 결과가 아니라 “미국, 더 정확히는 자신 덕분”이 된다.

그래서 관세는 조정 수단이 아니라 공로에 대한 청구서가 된다. 그 비용을 실제로 부담하는 미국 소비자와 기업의 존재는 서사에서 지워지고, 남는 것은 강경한 지도자 이미지뿐이다.

이 과정에서 반복되는 “국민의 이익”이라는 말은 점점 공허해진다. 정책의 결과는 공공선보다 개인의 정치적 브랜드, 지지층 결속, 개인적 이득으로 환원된다. 국가는 플랫폼이 되고, 권력은 자산처럼 운용된다.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는 조건은 자본 앞에서 무력해지는 법이다. 돈은 최고의 방패가 된다. 변호사를 고용하고, 시간을 늘리고, 책임을 지연시킨다. 법은 형식적으로는 평등하지만 실제로는 오래 버틸 수 있는 자에게 유리하게 작동한다.

위법은 범죄가 아니라 관리 가능한 리스크가 되고, 처벌은 정의가 아니라 비용 항목이 된다. 그래서 돈이 많으면 법이 무용지물이 되는 현실이 만들어진다. 법을 비웃을 수 있을 만큼 부유하다는 사실이 오히려 능력처럼 소비되는 사회다.

국제적 책임에 대한 거부 역시 같은 맥락이다. 유엔과 국제 평화 기구들은 협력의 장이 아니라 비용만 발생하는 비효율 조직으로 규정된다.

UNESCO, WHO, 인권 기구 등에서의 탈퇴와 분담금 축소는 예산 문제가 아니라 국제 규범과 집단적 책임을 부담하지 않겠다는 선언에 가깝다. 평화, 인권, 난민 보호 같은 가치는 수치로 환산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경시된다.

그 결과 국제 질서는 규칙이 아니라 힘의 크기로 재편된다.

이 논리는 결국 전쟁으로까지 확장된다. 이란을 둘러싼 군사 행동 역시 안보의 언어로 포장되지만, 그 이면에는 석유와 에너지 패권, 시장 안정, 힘의 과시라는 계산이 놓여 있다.

중동은 주권과 역사의 공간이 아니라 통제해야 할 위험 자산이 된다. 외교는 압박으로, 제재는 질식으로, 폭격은 경고성 메시지로 바뀐다. 장기적 불안정과 민간인의 피해는 즉각적인 성과 앞에서 쉽게 지워진다.

전쟁은 비극이 아니라 비용 대비 효과가 맞으면 실행 가능한 선택지가 된다.

이 모든 흐름은 하나로 이어진다.
국가는 회사가 되고, 세계는 시장이 되며, 평화는 계약이 되고, 전쟁은 거래가 된다. 민주주의는 느리고 번거로운 제도로 취급되고, 대신 강해 보이는 관리자가 선망의 대상이 된다.

그 결과는 분명하다.
법은 자본 앞에서 물러서고, 국제 규범은 힘 앞에서 약화된다. 국가는 더 이상 시민의 공동 자산이 아니라, 권력을 쥔 개인의 운영 대상이 된다.

국가를 회사로 착각하는 순간 시민은 직원이 되고,
직원이 되는 순간 언제든 해고 가능한 존재가 된다.

그렇다면 우리는 지금 무엇을 선택하고 있는 걸까.
효율이라는 이름으로 권력을 개인에게 맡기고,
강함이라는 이미지에 민주주의의 비용을 외면하고 있는 건 아닐까.

국가는 정말 경영의 대상이어도 되는가.
국익은 누구의 이익이어야 하는가.
그리고 우리는 언제까지
이 모든 것을 현실적 선택이라 부를 수 있을까.

우리는 언제부터 국가가 경영의 대상이 되는 현실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게 되었을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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