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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안의 작은 기치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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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포는 이미 답을 갖고 있는 땅이다.

 

젊은 실수요가 흡수될 수 있는 규모, 학교를 축으로 형성될 학부모 수요, 나노교와 IC를 통한 도심 접근성, 기존 상권을 공유할 수 있는 거리. 여기에 1,000세대 안팎의 민간 브랜드 집적만 더해지면, 사포는 충분히 자생력을 갖춘 신흥 주거지로 성장할 수 있다. 조건은 모자라지 않는다. 오히려 과소평가되어 왔을 뿐이다.

 

문제는 정책이다.

사포는 생활권으로 키워야 할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계획은 여전히 산업 배후지라는 낡은 틀에 묶여 있다. 공공 중심 공급 구조에 의존하고, 민간 집적을 적극적으로 유도하지 않으며, 상권 형성에 대한 전략도 보이지 않는다. 특히 한국토지주택공사 중심의 공공임대 위주 구조는 주거 복지라는 명분 아래 지역의 시장 형성과 가치 상승 가능성을 스스로 제한하는 방식이다.

 

공공임대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그것이 전부가 되는 순간, 도시는 성장 동력을 잃는다. 젊은 세대가 정착하고, 아이를 키우고, 소비가 발생하고, 자영업이 생겨나는 구조를 만들지 못하면 그곳은 주거지가 아니라 관리 대상 구역에 머문다. 사포는 그런 공간이 아니다. 그렇게 소비될 이유도 없다.

 

A-1BL과 S-2BL의 배치만 보더라도 중심과 보완의 구조는 이미 설계돼 있다. 대단지를 축으로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이를 기반으로 생활 상권을 확장할 수 있는 여지는 충분하다. 그럼에도 행정은 가장 안전한 방식, 가장 익숙한 방식, 가장 책임이 흐려지는 선택만 반복한다.

 

결과는 명확하다.
가능성은 있지만 체감은 없고, 발전은 가능하지만 속도는 나지 않는 도시가 된다.

더 심각한 것은 기회를 흘려보내는 구조다.


사포는 지금이 골든타임이다. 젊은 수요가 움직일 수 있고, 집적이 가능하며, 생활권이 형성될 조건이 동시에 갖춰진 시기다.

이 시기를 놓치면 사포는 다시 산업 배후지의 보조적 주거지로 고착될 가능성이 크다. 그렇게 되면 이후에는 예산을 더 투입해도 활력을 되살리기 어렵다. 도시는 한 번 굳어지면 쉽게 바뀌지 않는다.

 

도시는 관리로 성장하지 않는다.
수요를 읽고, 흐름을 만들고, 집적을 설계할 때 비로소 커진다.

 

사포는 밀양 안의 작은 기치조지가 될 수 있다. 상징적이고 밀도 있는 생활권, 젊은 세대가 정착하는 공간, 작지만 강한 주거 클러스터. 조건은 이미 갖춰져 있다.

이제 남은 것은 선택이다.
가능성을 믿고 방향을 틀 것인가, 아니면 익숙함에 기대 시간을 흘려보낼 것인가.

지금 결단하지 않는다면, 훗날 사포의 정체는 우연이 아니라 선택의 결과로 기록될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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