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인구 감소는 단순한 저출산 문제가 아니라, 도시가 스스로 청년을 밀어내고 정책 우선순위까지 편향한 구조적 실패의 증거다.
한때 부산은 공장이 넘쳐나는 산업 도시였다. 그러나 도심 미관을 이유로 공장들은 사상·장림·김해·양산으로 밀려났다. 산업 기반은 외곽으로 흩어졌고, 고급 일자리는 수도권으로 쏠렸다. 부산 청년들은 ‘배우고, 떠나야 하는 도시’로 내몰렸다. 산업은 달아나고, 도시만 화려한 스카이라인을 자랑한다.
결혼과 출산 환경은 더 참담하다. 해운대·수영구는 서울 못지않은 집값을 자랑하지만, 청년·신혼부부를 위한 지원은 손톱만큼도 없다. 교육과 돌봄 인프라 격차는 아이를 키우기보다 떠나는 편이 낫다는 인식을 굳힌다. 부산은 아이를 키우기보다 돈을 벌러 서울로 떠나는 도시가 되어버렸다.
도시 발전은 편향 그 자체다. 해운대·센텀은 반짝이는 고층 빌딩과 백화점으로 치장하지만, 원도심은 공동화로 썩어간다. 일부 지역만 반짝이고, 나머지는 방치하는 ‘선택적 발전’ 실험이 계속되고 있다.
부울경 통합 논의에서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통합이라는 말만 요란할 뿐, 정책과 투자 우선순위는 여전히 부산 중심이다. 울산과 경남은 ‘부산 주변부’로 취급될 조짐이 뚜렷하다. 통합이라는 명분 아래, 또다시 부산 중심 사고가 지역 균형을 짓밟고 있다.
계획도시는 말 그대로 사기였다. 서부산권과 북항 개발은 시공사 로비와 정치권 눈치 보기 속에 반쪽짜리 계획으로 끝났다. 바다와 야경은 화려하지만, 부산은 이미 청년들에게 버려진 도시다.
그런데도 부산시의회는 ‘일한다’는 광고를 내걸고 있다. 현실은 버려두고 스스로를 칭찬하는 이 모습을 보고 청년들은 웃을 수 있을까? 인구 감소와 지역 불균형은 부산이 젊은 세대를 밀어내고 중심 우선주의를 고집한 결과이며, 부산시의회 광고만 화려한, 시민과 동떨어진 이 도시의 자화상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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